가출이 이혼사유가 될까요?
부부가 이혼을 앞두고 여전히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닙니다. 그래서 이혼을 결심하고 가출을 하거나, 가정폭력 등의 이유로 가출을 한 후에 이혼을 결심하게 되기도 합니다. 이혼과 관련하여 ‘가출’이라 하면 언뜻 이혼의 전 절차로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하고, 또 괜히 이혼소송에서 불리하지는 않을까 망설여 집니다.
오늘은 가출이 이혼의 귀책사유가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.
이혼사유 - 가출
민법 제840조 제2호에서는 “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”를 재판상 이혼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. 여기서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라 함은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, 부양, 협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를 뜻합니다[대법원 1998. 4. 10. 선고 96므1434 판결].
따라서 “가출”이 “악의”의 유기가 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.
대법원은 결혼한지 약 4개월이 지날무렵 거의 매일밤 10시 이후에 귀가하는 등 2달 내지 3달 간격으로 5, 6회 가량 가출한 후 귀가하고 의복 등을 챙겨 가출한 후 이혼소송진행당시까지 별거하고 있는 경우 가출한 당사자에게 이혼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[대법원 1985. 7. 9. 선고 85므5 판결].
또한 대법원은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구타를 당하는 한편, 아내가 집에 들어갈 수 없도록 남편이 방문에 못질을 하고 아내의 가재도구까지 아내의 피신처에 옮겨 버려서 아내가 할 수 없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가출하게 된 것이라면 이혼의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[대법원 1987. 9. 29. 선고 87므22 판결].
즉 상대방이 가출원인을 제공하였기 때문에 가출한 것인지, 가출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가출한 것인지 여부에 따라 가출한 사람이 이혼에 귀책사유가 있는지 결정된다고 할 것입니다.
다음으로 “가출”이 악의의 “유기”가 되는지 살펴볼 것입니다.
대법원은 배우자 일방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소지품을 가지고 자주 친정에 간사실만으로는 악의로 배우자를 유기한 것이라 할 수 없다[대법원 1959. 5. 28. 선고 58다190 판결].고 하고,
하급심 판례는 16년간의 유학생활에도 불구하고 박사학위는 취득하지 못하였고, 그 동안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, 1996년 이후로는 한번도 귀국하지 않아 국내에서 사건본인들을 홀로 양육하며 외롭게 생활을 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무너뜨렸고, 귀국한 이후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집을 나간 피고의 행동은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 있습니다[서울가정법원 2007. 7. 11. 선고 2006드합1213 판결].
즉, 유기라 함은 배우자를 버리고 부부공동생활을 폐지하는 경우를 말할 것이고, 쌍방 합의하에 일정 기간 떨어져 지내는 경우를 두고 유기라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.